서 론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은 비교적 드문 담낭의 염증성 질환으로, 국소적 혹은 미만성의 염증 반응으로 인한 담낭벽의 비후소견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염증으로 인해 담낭 주위조직으로의 침윤을 동반하게 되며, 영상의학적 소견으로 담낭암과의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1]. 담낭암과의 감별을 위해 최종적으로는 절제수술이 필요하나 주위조직으로의 침윤으로 인해 광범위 절제수술을 시행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2].
본 저자들은 체중감소와 황달을 주소로 내원한 69세 여자 환자에게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을 시행하여 담낭벽의 비후와 간문맥 침윤 소견을 발견하였고 이에 담낭암을 의심하였으나, 경과관찰 중 크기가 줄어들어 양성 염증성 질환 의심 하에 스테로이드 치료 시행 후 병변의 크기가 현저히 감소하여 광범위 절제술을 피할 수 있었던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9세 여자환자가 한 달 전부터 발생한 소변색의 변화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소변은 짙은 갈색으로 변화하였으며, 6개월간 10 kg의 체중감소가 동반되어 있었으나 복통은 없었다. 환자는 과거력 및 가족력에서 고혈압 이외의 특이 사항은 없었으며, 흡연력과 음주력도 없었다.
내원 당시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혈압은 125/82 mmHg, 맥박 86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6.2℃였다. 공막 황달이 관찰되었으며, 복부 진찰에서 장음은 정상이었으며 명치 부위에 경한 압통이 있었으나 머피징후와 반발압통은 없었다. 복부에서 촉지되는 종괴는 없었고 간, 비장 비대는 관찰되지 않았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수 3,910/mm3, 혈색소 12.4 g/dL, 혈소판 321,000/mm3이었다. 일반화학검사에서 알부민 4.1 g/dL, 총 빌리루빈 11.5 mg/dL, 직접 빌리루빈 8.8 mg/dL, 알칼리성포스파타아제 428 IU/L, AST 86 IU/L, ALT 104 IU/L 였으며 CRP는 1.15 mg/dL 였다. 혈청 검사에서 CA 19-9는 218 IU/mL 로 증가해 있었다.
복부 일반 X-ray에서는 특이소견은 없었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담낭 저부의 비후와 함께 간문맥으로의 미만성 침윤, 간내 담관의 확장 및 총담관 협착을 동반한 3.7 cm 크기의 종괴가 관찰되었다. 이에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고 담낭관과 담낭 경부 주위에서 간문맥으로 침윤하는 종괴(Fig. 1 와 이로 인한 총담관 협착과 간내 담관의 확장이 관찰되었다(Fig. 2).
담낭암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을 시행하여 진단적 목적으로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폐쇄성 황달에 대하여 7 Fr 10 cm double pigtail 담관 스텐트를 삽입하였다. 조직검사 결과 염증세포의 침윤 및 만성 염증의 소견은 보이나 악성종양의 증거는 없어 간 조직에 대한 추가 조직검사 고려하에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을 시행하였고, 종괴의 크기가 감소하였음을 확인하였다(Fig. 3). 간 조직검사에서도 문맥 주위의 염증, 세포 내 및 미세담관내 담즙 저류 외에 악성종양의 증거는 관찰되지 않았다. 황달 또한 호전되었으며 CA 19-9 역시 17 IU/mL로 감소하였다.
한 달 후 시행한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는 추가적인 크기 변화는 없음을 확인하였다. 앞선 조직검사에서 염증성 병변만 확인되었으며 영상 검사에서도 더 이상의 크기 변화가 없는 점을 감안하여 남아 있는 병변이 악성종양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조직학적 확진 위해 다시 간 조직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이전 조직검사 결과와 동일한 소견이었으며 악성의 증거는 없었다. 이에 IgG4 연관성 질환 등의 양성 염증성 질환으로 인한 담도 협착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혈청 IgG4 농도를 측정하고 추가적으로 조직검사 표본에 IgG4 염색을 시행한 뒤 전신적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면서 2주 간격으로 외래 추적하기로 하였다. 프레드니솔론 30 mg qd를 한 달 간 복용한 뒤 시행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종괴의 크기가 감소하였다(Fig. 4). 1주에 5 mg씩 감량, 총 9주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였고, 스테로이드 투약을 종료한 뒤 Mirizzi 증후군의 해소 및 조직학적 확진을 위하여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수술은 복강경하 담낭절제술로 계획하였으나 담낭관과 주변조직과의 유착이 관찰되어 개복 담낭 절제술을 시행하였으며, 간 실질 및 담낭자리의 절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술 검체는 7.5 cm 크기의 담낭으로 담석은 동반되지 않았으며, 육안상 단면에 염증성 삼출물 외에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절제된 담낭의 현미경 소견에서 장막하층에서 지방을 탐식한 조직구들과 주위의 림프구 침윤이 관찰되어(Fig. 5)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으로 진단하였다.
환자는 수술 후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고, 이후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은 1970년에 Christensen과 Ishak에 의해 처음으로 기술되었으며, 1976년 McCoy 등에 의해 현재의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3,4]. 발생빈도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많지 않으나, 담낭절제술 후 시행된 후향적 연구를 통해 0.7-10.6%로 보고되었다[5-7].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의 병인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담낭관의 폐색과 담즙저류로 인한 급성 염증반응이 발생하면서 Rokitansky-Aschoff sinus의 파열로 주변조직으로 담즙이 유출되고 이에 의해 악화된 염증반응으로 축적된 조직구가 비수용성 콜레스테롤과 담즙산 지질을 탐식한 후 미세 농양을 만들어 결국 황색육아종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8]. 이러한 염증반응과 주변조직으로의 담즙유출로 인해 간을 포함한 주변조직으로의 침윤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담낭암과의 감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육안 소견으로는 담낭벽의 황색결절을 동반하는 불규칙한 비후소견을 보이며, 조직학적으로는 단핵구의 미만성 침윤, 섬유아세포, 지질함유 대식세포의 증식이 특징적이다[1].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의 특징적인 임상증상이나 징후는 없으며, 후향적 연구 보고에 따르면 담도산통이 88.8%, 발열을 동반한 경우가 16.7%, 폐쇄성 황달이 27.7% 등으로, 일반적인 담낭염이나 담낭암의 임상양상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6,9,10].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의 주변조직을 침투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인근조직과의 유착을 야기하여 Mirizzi 증후군이 드물지 않게 병발하며, 주변장기와의 유착, 누공, 천공 형성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빈도가 높다. 이러한 이유로 낮은 사망률을 보이는 양성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복강경 담낭절제술에서 개복 절제술로의 전환율도 높고, 다른 담낭염 환자들에 비하여 담즙 유출, 담즙 복막염, 담낭 출혈, 간농양, 상처 감염 등의 수술 후 합병증의 빈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2].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의 가장 확실한 치료는 담낭절제술이다. 조직학적 확진을 위하여 담낭절제술이 필요하며, 증상 호전 및 장관 폐색, 천공 및 누공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침범한 인접 조직까지 가능한 완전하게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에서의 보고는 없으나, IgG4 연관 경화성 담관염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담도 협착의 경우에는 급성기의 치료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1]. 치료에 대한 반응은 대개 치료 시작 2-4주 이내에 확인할 수 있으며 임상적으로 반응이 확인되면 점진적으로 감량하게 된다. 염증반응이 지속될 경우 비가역적인 섬유화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12,13].
본 증례에서는 혈청 IgG4의 농도는 53.5 mg/dL로 정상 범위였으며 자가면역 질환 및 이와 연관된 췌장염의 동반 여부 역시 뚜렷하지는 않았으나, 감염의 증거가 없었고 병변의 크기가 감소했던 양상에 주목하였다. 조직검사에서 염증세포의 침윤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염증의 조절을 통해 담도 협착의 임상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였다. 스텐트를 삽입한 뒤 담즙 저류가 개선되면서 종괴의 크기 감소를 비롯한 일부 임상 소견의 호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삽입 한 달 후 촬영하였던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담낭의 감압 정도가 충분치 않았고, 스테로이드 투약 한 달 후 재촬영한 영상에서는 종괴의 크기 및 담낭의 팽창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기에, 임상 경과의 호전에 있어 스테로이드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주변조직과의 유착으로 인한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복강경 수술에서 개복술로 전환하였으나 간조직을 포함하는 광범위 절제를 피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한 술후 합병증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의 치료와 경과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본 저자들은 간문부 담관암과 유사한 양상으로 발현한 황색육아종성 담낭염에 대하여 조기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통해 염증반응을 조절하여 수술 범위를 줄일 수 있었고, 이에 따른 수술 전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었음을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