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췌장낭성종양은 췌장담도계 질환 가운데 상대적으로 흔한 질환이지만 병리 세포 또는 조직 검사를 통하여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낭성병변 내 유두상 또는 고형성 병변이 없는 경우, 세포 천자흡입 검사를 통해서도 획득되는 세포나 조직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확정적인 병리진단을 내는 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동안 세포나 조직의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부적합 검체로 진단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래 분자병리 검사의 발달로 미량의 세포 또는 조직에서 얻어지는 DNA를 추출하여 분자병리 검사를 통하여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경우,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최근 도입된 차세대염기순서분석 검사는 소량의 검체로 다수의 암 관련 표지자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감별 진단이 어려운 증례들에서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췌장낭성종양이 병리진단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이러한 분자병리 검사들이 췌장낭성병변의 병리진단에 점진적으로 많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 분자병리 검사가 만능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적절하게 검증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한 이슈이다.
본 론
1. 췌장낭성종양의 감별 진단
병리진단 분야에서 췌장의 주요 종양성 낭성질환은 장액성 낭성종양(serous cystic neoplasm), 점액성 낭성종양(mucinous cystic neoplasm), 췌관내유두상점액종양(intraductal papillary mucinous neoplasm), 고형가유두상종양(solid pseudopapillary neoplasm) 등이 있다[1]. 드물게 신경내분비종양 또는 관선암종이 낭성병변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수술 전 세포 또는 조직 검사로는 병리진단이 어렵고 수술검체를 통해서 진단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밖에도 림프상피성낭(lymphoepithelial cyst), 평편성낭(squamoid cyst) 등이 있으나 발생빈도가 높지 않고 세포 검사 등에서 획득되는 세포나 조직의 양이 극히 적어 실제 병리 검사의 감별 진단에서 우선 순위가 낮은 편이다[1]. 종양성 낭성질환의 병리진단에서 첫 번째 단계는 악성 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 전암성 병변인지 아니면 악성도가 거의 없는 양성 낭성종양인지를 감별하는 것이다. 췌장에서 발생하는 낭성종양성 병변 가운데 악성 종양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것들은 점액성 낭성종양과 췌관내유두상점액종양이다. 이 두 가지 종양은 낭성병변의 내벽을 채우는 상피세포들이 점액성 상피세포이기 때문에 세포 또는 조직 검사에서 관찰되는 세포들이 점액성 상피인 경우 전암성 병변에 해당하는 이 두 가지 종양을 감별 진단에 꼭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세포 또는 조직 소견만으로 점액성 낭성종양과 췌관내유두상점액종양을 감별하는 것은 쉽지 않고 수술 전 영상 또는 초음파 내시경 소견을 참고하는 것이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된다. 특히, 점액성 낭성종양은 흔히 중년 여성의 췌장 체부 또는 미부에서 발행한다는 점과 췌관내유두상점액종양의 경우, 복부영상 검사에서 지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임상-영상의학적 검사 소견을 반드시 참고해야 감별 진단 과정에서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2,3]. 특히 세포가 거의 관찰되지 않는 경우, 부적합 검체(inadequate specimen)로 진단내기 쉽지만 낭성병변 내부에 고형성 또는 유두상 병변이 없는 경우, 반복적인 검사에서도 동일한 양상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적합검체로 진단내기보다는 적어도 악성 종양의 근거는 없다는 의미에서 양성 낭성병변(benign cystic lesion)으로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분자병리학적 검사를 통한 췌장낭성종양의 감별 진단
분자병리 검사는 통상적인 병리진단에는 부족한 미량의 세포 또는 조직으로도 병리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췌장낭성종양에서 얻어지는 세포나 조직에서 추출된 디오시리보핵산(DNA)을 이용한 분자병리학적 검사 방법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췌장낭성종양의 감별 진단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4,5]. 특히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세포 검사 등에서 얻어지는 세포가 통상적인 세포 또는 조직 진단에 필요한 적절량 이하인 경우, 유용한 검사방법이 될 수 있다. 임상적으로 가성낭(pseudocyst)으로 진단된 증례의 낭성병변에서 얻어진 세포를 통하여 KRAS 변이가 관찰된 후에 수술검체에서 저등급 점액성 낭성종양으로 진단된 경우도 있고 췌장염으로 추적관찰 중인 환자의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검사로 얻어진 세포에서 KRAS 유전자의 과오돌연변이(missense mutation)가 확인되고 수술 후 검체의 병리진단에서 저등급 관내유두상점액성 종양이 진단된 경우도 있다[6-8]. 이와 같이 양성 낭성병변으로 관리되던 환자가 분자병리 검사를 통하여 종양성 병변으로 진단된 경우가 있는 반면 반대의 경우도 보고되어 있다. 췌장염의 과거력이 있던 환자의 세포 검사에서 췌장암으로 의심되는 세포 소견이 있었지만 분자병리 검사에서 어떠한 유전자 변이도 관찰되지 않은 증례가 수술 후 고임낭(retention cyst)으로 진단되어 수술 전 세포 검사에서 관찰됐던 이형성은 반응성 변화로 확인된 경우도 있다[9]. 또한 췌장 관내유두상점액성 종양 환자에서 결절성 병변이 없어 악성 종양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 증례에서 세포 검사를 통하여 GNAS, PIK3CA 대립유전자 변이 빈도(mutant allele frequency)가 50% 이상 관찰된 경우, 수술 후 검체에서 국소적인 침윤성 암종이 확인된 경우도 있다[9].
이상과 같이 분자병리 검사는 통상적인 세포 또는 조직 진단이 어려운 증례에서 종양성 병변을 확인하거나 국소적인 침윤성 암종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여 향후 활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분자병리 검사를 통한 진단은 대부분 제한된 증례에서 확인된 대표적인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코호트를 통한 전향적 연구를 통하여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검사방법이 복잡할수록 특이도와 재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양성 및 음성대조군을 통한 주기적인 정도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분자병리학적 검사가 만능은 아니며, 여러 가지 분석 전 변수에 의해서 결과가 위양성 또는 위음성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3. 췌장 낭액 분석을 통한 감별 진단
췌장 낭성병변에서 세포나 조직이 거의 나오지 않고 낭액만 나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 경우 통상적인 세포 또는 조직 진단은 불가능하며 분자병리 검사를 통하여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 경우 병리진단이 가능할 수 있다(Table 1). 유전자 변이 가운데 KRAS 변이는 점액성 낭성종양과 췌관내 유두상점액종양에서 흔히 관찰되며 GNAS 변이가 함께 관찰되는 경우 췌관내유두상점액종양으로 확진할 수 있다. 장액성 낭성종양의 경우 VHL 변이가 주로 관찰되기 때문에 이 변이가 확인되는 경우 장액성 낭성종양으로 진단할 수 있다. 고형가유두상종양인 경우, CTNNB1 변이가 선택적으로 확인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그 밖에 흔히 관찰되는 유전자 변이에는 p53, p16, SMAD4 변이 등이 있지만 주로 점액성 낭성종양과 췌관내유두상점액종양에서 함께 관찰되기 때문에 감별 진단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편이다[6-8].
4.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세포 또는 조직 검사의 병리 진단에서 차세대염기순서분석의 활용
차세대염기순서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검사는 한번의 검사를 통하여 다수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분자병리학적 검사방법으로 많은 암종의 진단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고 적용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세포 또는 조직 검사를 통해서 얻어지는 미량의 세포 또는 조직을 통해서도 차세대염기순서분석 검사가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으며 치료의 타겟이 되는 표지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완전 절제 수술이 어려운 췌장담도 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활용되는 경우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차세대염기순서분석 검사의 경우 병리의사의 검체 적절성 평가과정이 필수적이다[10]. DNA의 양이 적절하지 않은 검체로 검사할 경우 위음성의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병리의사의 정도 관리과정을 거치더라도 차세대염기순서분석 검사의 실패율이 30% 내외로 보고되어 있다[10-12]. 예상보다 낮지 않은 실패율은 여러 가지 원인이 관여될 수 있는데, 가장 흔한 두 가지 원인은 종양세포의 실제 밀도가 정도 관리를 통하여 확인된 것보다 낮은 경우와 검사 대상 검체의 허혈성 손상이 심한 경우이다.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세포흡입 검사로 여러 가지 분자병리 검사가 가능하지만 획득된 세포의 양이 제한된 경우, 모든 분자병리 검사를 다 시행할 수 없다면 우선 순위를 정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차세대염기순서분석 검사가 여러 가지 표지자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려될 수 있지만 해당 검사기관의 내부 정도 관리를 통하여 적절한 진단에 필요한 최소량과 이에 해당하는 세포 또는 조직 슬라이드 분량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결 론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세침흡입 검사는 앞으로도 췌장낭성종양을 포함한 췌장담도계 질환의 진단에 표준지침으로 활용될 것이며, 획득되는 세포 또는 조직의 양이 적어 통상적인 병리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도 분자병리 검사방법의 도움으로 감별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췌장낭성종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경우 감별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임상 소견과 영상의학 소견 등이 해당 질환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자병리 검사방법이 발달함에 따라 검사기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숙련된 내시경 의사의 술기와 진단을 담당하는 병리의사의 경험이 분자병리 검사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이다. 분자병리 검사가 미량의 세포로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민감도가 높을수록 특이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재연성이 일관되게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분자병리 검사는 분석 전 작은 변수에 의해서도 위음성 결과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