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이 임상영역에 도입된 이후로 ERCP는 췌장담관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췌장담도 부위는 다른 소화기관에 비하여 복잡한 해부생리학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시술의 특성상 불가피한 합병증도 발생 가능하고 사망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ERCP의 치료 목적을 달성하면서 시술 관련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췌장담도 질환의 충분한 이해와 ERCP를 이용한 능숙한 술기 능력이 요구된다. ERCP를 능숙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도감독하의 적절한 수련 및 충분한 시술 경험, 적절한 대상 환자의 선택이 필요하다[1].
최근 치열해진 의료환경과 ERCP에 대한 보험수가의 개선으로 말미암아 ERCP를 시술하는 병원이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중소종합병원까지 확대되어 시술 건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하였다. ERCP 시술의 전반적인 증가로 인해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ERCP 시술자의 시술도 증가되어 불완전한 시술 및 관련 합병증의 증가, 법적분쟁 건수의 증가가 예상되며, 이로 인한 환자 및 시술자의 육체적, 정신적, 금전적 손실도 증가 가능하다.
2019년 대한췌장담도학회에서는 ERCP를 시행하는 의사들의 적절한 시술 경험 및 능력 수준 유지를 제도를 통하여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췌장담도내시경 인증의 제도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ERCP 질관리를 시행하고자 하였다. 본고에서는 췌장담도내시경 인증의 제도의 필요성에 대하여 국내외 현황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1. ERCP 수련의 국내 환경
국가암검진사업과 맞물려 상부위장내시경의 시술 건수 증가와 더불어 내시경을 시행하는 기관 및 의사 수도 전반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시술이 질적으로 차이가 있어, 2004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는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증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였으며, 2006년부터는 공인된 수련기관에서 소화기내과 전임의 수련을 마친 후 시험을 통해서 자격을 부여하도록 하여, 내시경 시술 의사가 환자들에게 적절하고 안전하게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자격 및 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구비하였다. 그러나 ERCP는 일반적인 상하부내시경보다 더 고도의 술기 능력 및 더 오랜 기간의 수련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2017년 췌장담도학회에서도 ERCP의 교육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였으나 구체적 수련 자격이나 인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2020년 개정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부전문의 교육 수련 목표에서도 췌장담도내시경 수련 목표는 권장사항으로만 언급하였다. 따라서 국내의 일반적인 소화기내과 전임의의 경우, 전임의 1년차는 위·대장내시경에 집중하도록 하였고, 췌장담도내시경 시술은 참관함으로써 술기 및 일반적인 췌담도 질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였고, 췌장담도 분야를 전공하고자 하는 전임의들에 한해 2년차 때부터 본격적으로 췌장담도내시경에 대한 수련을 시작할 것을 권고하였다[2].
하지만 ERCP가 진단보다는 치료적 목적으로 바뀐 시대에서는 ERCP란 것이 단순히 담관으로 카테터 삽관을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 목적이 되어야 하기에, 술기 능력은 쉽게 시술 개수로 판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단순한 ERCP 경험의 수보다는 각 술기의 습득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대한췌장담도학회에서는 2017년 ‘전임의를 위한 ERCP 교육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비록 규정된 시술을 경험하였다 하더라도 단계별로 소개된 시술의 경험 여부, 시술 숙련도, 개개인의 편차 그리고 시술 성공률에 따라 시술 수행 능력이 많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시술 건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고, 대신 80% 이상의 선택 삽관 성공률과 85% 이상의 총담관결석 제거 성공률을 권고하고 있으며, 충분한 증례 경험을 통한 양질의 췌장담도내시경 수련을 위해서는 1년간의 소화기 내시경 수련을 마친 후 췌장담도내시경 인증의가 되고자 하는 소수의 전임의에 한해 집중된 수련이 필요하다고 하였다[3]. 그러나 대부분의 소화기내과 전임의들이 수련 기간 대부분을 상하부내시경 시술의 습득에 치중하고 권장사항인 ERCP 교육과정에는 수련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각 병원에서 흔히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2. ERCP 수련의 해외 환경
영국의 경우 2005년 학회 주도로 체계적인 과정이 설립되었다[4]. 의과대학 졸업 후 2년의 의무 수련 기간(compulsory 2 year foundation program, FY 1-2)이 있고, 이후 2년의 내외과 핵심 수련 기간(2 year core medical or surgical training, CMT 1-2), 이후 5년의 세부 분과 수련을 받게 된다(specialty register, StR1-5). StR은 우리의 전임의에 해당하며 StR 3년차 때, ERCP 수련을 받고 싶은 사람을 선발한다. ERCP 수련의는 directly observed procedural skills (DOPS) 양식으로 자신의 시술 기록을 작성해야 하며, DOPS의 평가는 수련의가 근무하는 기관과 관련 없는 2명의 ERCP 전문가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수련 마지막 12개월 동안 최소 75건의 ERCP 시술 건수, 치료 목적의 시술 성공률 80% 이상, 부작용 5% 미만일 경우 수료 인증서(certificates of completion training)를 수여하게 된다[5].
미국의 경우는 3년의 일반 내과 레지던트 과정 수료 후 소화기내과 전임의 과정을 최소 3년을 수련하나 ERCP 술기를 습득하는 것은 의무사항은 아니며 치료 내시경을 추가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전임의를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6]. 일부 병원에서 “Advanced Endoscopy Fellowship”이라는 수련 과정이 있는데, 전임의 3년의 과정을 마치고 추가적인 치료 내시경 수련을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1년 동안 ERCP, 초음파 내시경을 가르쳐 주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의 전임의 4년차에 해당되며 이때 ERCP를 배울 수 있다. 따라서 ERCP 수련 시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만 영국처럼 학회 차원에서 공인된 ERCP 인증 제도는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5]. 그러나 최근 연구[7]에서 연간 180예 이상의 ERCP를 수행한 췌장담도 전공 전임의(전임의 3년차)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보고할 정도로 ERCP의 적절한 교육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러한 우려로 영국의 경우처럼 국가 단위의 인증과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타나고 있다[8].
호주의 경우는 3년의 일반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후 소화기내과 수련을 받는데 의무적으로 2년의 core-training은 마쳐야 하며, 이후 선택적으로 1년의 non-core training을 받을 수 있으나 소화기내과 수련 기간 동안 ERCP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ERCP 수련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경험이 풍부하고 일정 자격을 보유한 시술자(experienced accredited practitioner)가 밀접한 지도를 하는 조건하에 수련이 가능하다. 호주에서도 문서화된 ERCP 인증의 제도는 아직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5].
일본의 경우는 의과대학 졸업 후 2년의 ‘초기 연수의’ 과정, 이후 1년의 ‘후기 연수의’ 과정을 마친 후 ‘인정내과의’ 자격증을 주며, 이 중 일부에서 3년의 추가적인 분과전문의 수련을 하게 된다(http://www.naika.or.jp/nintei/). 일본 역시 3년의 소화기내과 분과 수련 기간 동안 ERCP를 배우는 것은 의무사항은 아니며 별도로 수련을 받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5].
3. 수련 정도와 시술 합병증 발생
ERCP는 많이 경험해 볼수록 선택적 삽관의 성공률이 높아진다.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American Society for Gastrointestinal Endoscopy)에서는 ERCP 수련을 위한 적절한 수련 건수 200예를 제시하였고, 이 중에서 최소 80예 이상의 유두괄약근 절개술, 60예 이상의 담도배액관 삽입 경험, 90% 이상의 선택적 삽관 성공률을 권고한다[9]. 8년에 걸쳐 532건의 ERCP를 단일 시술자가 시행한 연구를 보면, 첫 2년에는 선택적 삽관율이 85%였지만, 이후로 점차 매 2년마다 삽관율이 88%, 90%, 96%로 증가함을 보고하였으며[10], 연간 시행 건수가 25건 미만인 경우는 시술 건수가 많은 시술자에 비하여 삽관 실패율과 24시간내 입원율이 높아진다고 하였다[11].
네덜란드에서 나온 ERCP 수련 과정에 관하여 자가 기록(Rotterdam Assessment Form for ERCP [RAF-E])을 통하여 선택적 삽관 성공률을 조사한 학습곡선연구를 보면, 15명의 수련의가 1,541건의 시술을 하였는데(이 중 624건이 naïve papilla) 200건의 시술 후 선택적 삽관 성공률이 36%에서 85%로 상승하였고, naïve papilla에서는 180건 시행 후 22%에서 68%로 성공률이 상승하여 충분한 수련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의 밑받침이 됨을 시사하였다[12].
3년의 소화기전임의 과정을 마친 후 1년의 “advanced endoscopy trainees (AETs)” 과정을 수료한 24명의 시술자들의 AETs 과정 말기와 독립적인 시술을 하였을 때 시술의 질적 시술 정도(quality indicator)를 조사한 다기관 전행적 연구를 보면, AETs 마지막 기간의 시술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73.9%였으며, 이후 1년간 평균 116건의 ERCP를 더 시행한 경우에는 삽관 성공률이 95%로 향상되어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13].
4. 대한췌장담도학회 회원들의 의견
ERCP를 배우고자 하는 수련의들의 적절한 교육 수련 환경 조성 및 능력 수준 유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대한췌장담도학회에서는 “인증의 제도 실행 및 배경”에 대한 설문지를 통하여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학회에 평생회원, 정회원, 준회원으로 등록된 약 1,100명에게 전자메일로 2020년 9월 14일부터 주 3회 이상, 총 14회, 3주 동안 전달되었고, 또한 동시에 학회 홈페이지에 공고되어 최대 334명이 열람하였다. 이 중 설문 답변이 200예에서 얻어져서 전체적인 응답률은 60%였다. 보통 추계학술대회 참가 인원이 간호사 제외 204명(2018-2019년)인 것으로 볼 때 대부분의 실제적으로 시술과 활동을 하는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설문자의 평균 연령대는 40대가 50.5%였으며, 30대는 17.5%였다. 근무지별로는 대학병원 이상급이 71%였고, 2차병원 근무자는 27%였다. 근무지 내 직위는 대부분 임상교수 이상이었으며(62%), 종합병원 소화기 담당 전문의가 31%였다. 평균 ERCP 경력은 3년 미만이 16%, 3년에서 5년은 12.5% 였으며 7년 이상인 경우가 57%였다. 속해 있는 기관의 한달 평균 ERCP가 10건 미만인 경우가 9.5%였으며, 개인별로는 10건 미만을 시행하는 경우가 17%, 혼자 ERCP 시술을 담당하는 회원이 30%였다. 회원의 77%에서 90% 이상의 삽관 성공률을 답하였으며 80% 미만이라고 답한 회원은 7.5%였다. 가장 흔히 경험한 합병증은 췌장염이었으나 약 60%에서는 5% 미만에서 경험한다고 답하였다. ERCP 시술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을 경험한 회원은 38%에 달하였으며, 이로 인한 환자/보호자와의 갈등을 80.5%에서 별 문제없이 원만하게 합의가 되어 해결되었으나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해결이 11.5%, 경찰조사 및 법원판결로 해결된 경우가 5.5%에서 있었다.
92%의 응답자가 고난이도 시술을 제외한 일반적인 ERCP 시술의 경우 “ERCP 합병증은 ERCP 수련 정도와 관계가 있다”는 데 동의하였고, 초심자의 ERCP 시술은 환자 안전을 위하여 숙련자의 감독하에 충분한 수련이 이루어진 다음에 시행해야 한다고 91.5%에서 응답하였다.
수련 과정과 관련하여 숙련자로부터 직접교육 및 교육 프로그램, 교육시설이 구비된 기관에서 수련 받는 것을 95%에서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그 이유로는 시술의 질관리 차원(86%), 환자 안전 문제(81%), 합병증 발생 시 시술자 보호차원(44.5%), 췌장담도 영역의 전문화(33%)로 복수응답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수련 과정이 필요 없다고 응답한 3.5%의 이유로는 지금까지 잘해왔기 때문(2%), 초심자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4%), 업무량 증가 및 실익이 없다(1.5%)로 응답하였다.
합병증이 발생하여 의료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시술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ERCP 관련 교육과정을 마친 수료증명과 경험이 있음’을 학회에서 보증 받을 때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77%에서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19%에서는 필요 없다, 4%에서는 현실적인 사회현상 때문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제도를 마련하였을 때 참가 의향을 물었을 때 83%에서 참가한다고 응답하여 모든 회원들이 ERCP의 수련 과정 향상을 위한 질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결 론
ERCP는 고도의 지식과 판단력, 술기 능력을 요구하는 시술로서 ERCP를 능숙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도감독하의 적절한 수련 및 충분한 시술 경험, 적절한 대상 환자의 선택이 필요하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의 소화기내과 전임의 과정 수료만으로는 이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없기에 해외의 경우처럼 ERCP 교육은 최소 2-3년의 충분한 소화기내과 분과 수련 후 경험이 많은 ERCP 지도 전문의 하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교육 과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한췌장담도학회는 국내에서 ERCP를 담당하는 유일한 학회이며 평생 회원이 540명 수준으로 비대하지 않기에, 향후 증가하는 의료분쟁 및 ERCP의 질관리를 위하여 현재 시점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학회 중심의 체계적이고 문서화된 ERCP 인증 과정 개발의 중추적 역할 감당이 가능하며, 대다수의 회원들의 의견도 체계적인 교육 수련 과정 및 인증제가 필요함에 동의하고 있다. 이 제도의 효과적인 정착을 기대해 본다.